여기서부터는 노블 엔진을 읽으며 느껴진 감상을 가감없이 적어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부족한 제 관점에서 나온 의견이니 그냥 참고로만 보시길 바랍니다.
1. 쉼표
제가 보기에 가장 크고 가장 눈에 띄는 단점은 쉼표 남발입니다. 연재글 리플에 일본식 문체 느낌이 난다는 의견이 있던데, 쉼표의 남용도 그렇게 느껴지게 만든 큰 원인이 되었으리라 봅니다.
일본어는 띄어쓰기 잘 안합니다. 걔들은 중간중간 쉼표로 문장구조를 표시하죠. 우리말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띄어쓰기라는 게 있고, 그런 게 없더라도 일본어보다는 필요성이 덜하죠. 저같은 경우 원서를 많이 보다보니 문체에도 그게 드러나곤 합니다. 점점 갈수록 쉼표 쓰는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지금도 엄청나게 찍고 싶은 걸 열심히 참고 있습니다.
인간실격님이 저와 같은 경우인지 아니면 그저 낭독하는 호흡에 따라 쉼표를 찍고 있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노블 엔진의 쉼표 중 60%는 없어도 되는 것들입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호흡을 끊어먹고 일본문장 느낌이 나게 만드는 주적이죠. 개인적으로는 '노블 엔진의 모든 쉼표를 삭제한 후, 다시 읽어보면서 꼭 필요한 부분에만 쉼표를 넣은 다음 전후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을 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2. 시제
문장의 시제가 현재와 과거를 마구 넘나듭니다. 의도적으로 현재 시제를 써야하는 경우가 분명 있고, 실제로 그런 부분도 보입니다. 하지만 전혀 필요없는 장면에서도 현재 과거 현재 과거 현재 과거를 넘나드는 건 굉장히 불안정한 느낌을 줍니다. 3인칭 전지적 시점이니 만큼 특별한 목적이 없는 경우에는 일관된 시제 구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시점
노블 엔진은 3인칭 소설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3인칭을 가장한 1인칭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지현'을 '나'로 바꿔도 별 위화감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죠. 그만큼 화자와 타 등장인물 간의 거리에 비해 화자와 지현 간의 거리가 가깝다는 겁니다.
라이트노벨에서 시점이 오락가락하는 건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흔하다고 해서 바람직한 건 아니죠. 2번에서 언급했던 시제 문제도 화자가 주인공 '내부'에서 서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생한 거라고 봅니다.
작가분 문체 자체가 이런 유형이고, 이미 작품 다 써놨는데 이제와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만... 좀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문제점을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혹은 인식하고 있음에도 어떠한 목적 하에 3인칭을 가장한 1인칭 소설을 써내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다면 별로 긍정적인 효과는 없다고 말하고 싶네요.
4. 캐릭터
캐릭터를 구체화 하는 방식이 너무 단순해서 아쉽습니다. 특히 세 자매가 그렇네요. 선명한 색채와 흔한 코드(성인의 외형-아이의 내면이라는 갭을 이용 / 그 반대 / 고딕로리타 코스튬 / 금은요동 / etc)의 사용은, 독자가 손쉽게 이미지를 움켜쥘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식상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 역시 흑요와 적요의 첫 등장씬에서는 살짝 한숨을 쉬었으니까요.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점점 더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들을 보니 더욱 아쉽네요. 라이트노벨이란 장르의 특성상 전혀 문제될 것 없는 무난한 조형입니다만, '흔한 캐릭터'라는 평을 벗어나긴 힘들 것 같습니다.
덧붙이자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유명진'이라는 인물이 딱 와닿지 않더군요. 특히 대화 스타일이 묘사와 배치되는 느낌이 심했습니다. 38세의 베테랑 검사관이 아니라 26세의 복학생 대학 동아리 선배 같은 이미지가 자꾸 떠오르는군요. 사적인 대화에서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지만 오래 산 이의 연륜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점은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자매들을 부를 때 쓰는 '인형아'는 좀 심했습니다. 아무리 호칭에 대한 지침이 내려왔다지만... 다른 호칭을 강력하게 권해봅니다. 아무리 봐도 마흔 다 된 남자가 쓸 호칭은 아닙니다. -_-)
5. 프롤로그
5.a.
소설의 프롤로그는 미국소로 치자면 한마리당 3% 나온다는 프라임급 고기처럼 중요한 부분입니다. 독자의 시선을 잡아끌고, 흥미를 유발시켜서 계속 읽게 만들어야 하는 중대한 사명을 갖고 있죠. 이를 위해 많은 부분을 의도적으로 생략하거나 축소, 왜곡하기도 합니다. 프롤로그부터 지루하게 설명설명설명이 난무하면 누가 보겠어요.
하지만 노블 엔진의 프롤로그는 생략해도 너무 생략한 듯 느껴집니다. 프롤로그만 읽어보면 '한 소년이 세 소녀와 작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난데없이 저격을 받았는데, 소녀들을 지키기 위해서 뛰어들어 막았지만 총알이 심장에 박힌 후 뇌로 이동해서 파열하여 사망했다'가 됩니다.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 프롤로그를 보면 딴지를 걸 곳이 상당합니다. 소년이 무슨 슈퍼맨이냐, 어떻게 사수를 본 것도 아니고 이미 발사된 총알을 본 이후에 움직였는데 그걸 막을 수가 있느냐, 이미 심장이 파열되었는데 총알이 연어라도 되는 양 파닥파닥 거슬러 올라가 뇌를 파괴하다니 이거 뭐냐, 이 작가 밀리터리하고는 담을 쌓았구만 등등.
물론 조금 더 읽어보면 이 소설은 시작부터 한 소년이 희생당하는 다크하고 시리어스한 작품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전혀' 암시가 없다는 점에서 흥미보다는 의아함이 앞설 수 있다는 거죠.
5.b
효과적인 구성 상 프롤로그는 단편적인, 극히 한정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라 할지라도 내부적으로는 확고한 논리 위에 서 있어야 하죠. 그래야만 소설 전체를 지탱하는 틀이 견고해지는 겁니다. 그런 견지에서 프롤로그의 습격 사건을 다시 한번 고찰해보죠.
최초에 습격자의 의도로 떠오른 것은 '인형 자매들의 암살, 혹은 그런 척 하며 맛보기' 정도였습니다. 이 경우라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뒷내용과 연계해서 볼 때 가능성이 높진 않은 것 같군요. 나중에는 '사실은 이지현을 노리고 발사된 게 아닌가'하는 추측이 제시됩니다. 만약 이쪽이 진상이라면 이후 설명되어야 할 부분이 무척 많습니다.
분명 마탄은 인형을 향해 조준된 걸로 나오고, 지현은 그걸 막아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직접 지현을 노리지 않았는가. 지현이 인형들을 커버해줄 거라는 추측이 서 있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고의로 인형을 노림으로써 표적을 혼동하게 만든거라면 그러한 계책의 목적은 뭔가. 애초에 지현은 왜 막아선 것인가. 세 자매는 엄청나게 강력한 존재들이고, 자기는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인데. 등등등.
물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으니 그저 설레발일 뿐입니다만, 저를 납득시킬 만한 답이 준비되어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5.c
지현의 사고 중 '심장에는 감각이 없을 텐데' 이 부분은 명백한 오류입니다. 내장기관 중에는 통각수용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는데, 심장은 통각이 가장 많이 분포해 있는 기관 중 하나입니다. 적절하게 수정하는게 미래의 까임을 방지하는 길일 듯 하네요. 참고자료 하나 첨부하죠. [여기]
6. 사소한 것 몇가지
6.a. 흑요의 키
매우매우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혀둡니다. (강조까지 하는데 이걸로 딴지거시면 안되요.^^; ) 저에게 있어서 여성의 키가 155~165라면 애인 삼기 좋은 정도입니다. 170이면 훤칠하네, 175면 모델 체형이구나 합니다. 180 이상은 솔직히 말해 거인입니다. 여자 골리앗입니다. 귀여움은 커녕 압박감을 느낍니다.
작가분의 개념도에서 여성 키 180은 늘씬하고 아름다운 섹시다이너마이트가 되기 위한 필수요소 중 하나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에게 있어 180cm의 거구로 애교를 날려대는 흑요는... 뭐랄까... 자기가 치와와인 줄 아는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느낌이군요.
제 머리 속의 흑요는 170cm로 키가 수정되어 있습니다. 안그러면 몰입이 안되더군요. 더군다나 주인공의 키는 160도 안된다는 설정 하에서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구도를 그려보면...
6.b
'하지만 직접 시험해 본 바로는 큰 이상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FAKE1, 지현)
이상점을 이상으로 바꿔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더 나을듯.
운동이나 놀 시간은 별로 없어-. (FAKE2, 흑요)
운동하거나 놀 시간은 별로 없어-. 가 맞겠죠.
맞춤법 검사까지 할 생각은 없고, 그냥 생각나길래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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